낙원의 이론
낙원의 이론은 SF와 로맨스 요소가 버무려진 흔치 않은 국내 장편 SF 로맨스 소설입니다.
작가 정선우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이 소설이 정말 데뷔작인지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잘 쓰여진 소설이었습니다.
낙원의 이론은 '온'이라는 물질에 세상이 오염되고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세계를 배경으로하여, 주인공 유은우와 서재희, 정윤환이 여러 감정을 교류하며 생존하고,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음모를 파해쳐 나가는 내용입니다.
독특한 세계관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처음부터 고유명사를 설명하지는 않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소설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그래도 리뷰를 위해서 설명하자면, 온은 흔한 판타지로 치면 대기중의 마법의 원료, 설계는 마법을 제어하는 마법진, 타격은 온의 파괴력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온은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용의 신체의 범위안에 있으면 독성이 중화되었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들은 용의 신체 부위를 바탕으로 세워진 곳입니다.
주인공 유은우는 포로로 잡혀 군에서 생활하다가 버려져 사관학교에 입학된 소녀로, 온에대한 동조율은 100%이지만, 설계를 전혀 못하는 설계난독증이라는 것이 있는 상태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에게 다재다능한 학생회장인 서재희가 접근하여 모종의 조건으로 페어라는 계약을 하게 되어 서로 얽힘으로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소설의 진행은 상당히 입체적입니다.
초기의 주인공들의 감정과 목적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변하게 되고, 현재에서 과거의 회상이 이루어져 사건의 전모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루하거나 진부하다고 느낄 틈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극초반에 깔아두었던 복선과 플롯들은 모두 회수되는 치밀한 구성도 갖추었습니다.
게다가 특히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전투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 박진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주인공 역시 감정적으로 경험적으로 성장해나가며, 그녀의 전투에 대한 묘사도 점점 무르익습니다. 후반에는 그녀가 사용하는 특별한 도구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스타일리쉬하고 풍부했고, 대규모 전투에서도 디테일한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심리묘사 역시 뛰어나, 글을 읽고 있자니, 제가 등장인물이 된것 처럼 아련하고 아프고 슬프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빠져서 읽었고, 제가 읽었던 모든 소설들 중 단연 최고로 여기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 이후로 저도 이런 소설을 쓰고싶다고 생각하고 실천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다 읽고 나서 여운 때문에 한참을 고생했던 소설이었습니다.
